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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펼쳐진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규모 회고전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Fernando Botero: The Triumph of Form)」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34년 전통의 미쉐린 빕 구르망 식당인 백년옥에서의 정갈한 이북식 식사, 테라로사에서의 여유로운 티타임, 그리고 깊이 있는 도슨트 해설과 감동을 오래 간직하게 해 줄 아트 프린트 소장까지, 예술과 미식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하루의 기록을 세세하게 남겨봅니다.
미쉐린 빕구르망 백년옥 본점
예술의전당 바로 건너편, 3호선 남부터미널역 4-2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559m 거리에 위치한 '백년옥'은 서초동 일대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대표적인 두부 요리 전문점입니다. 1991년 처음 문을 연 이래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고 한 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쉐린 가이드라고 하면 화려하고 고가의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스타(Star) 레스토랑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백년옥이 받은 빕 구르망은 미쉐린의 마스코트인 비벤덤이 손가락으로 입맛을 다시는 모양에서 유래한 칭호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독창적이고 뛰어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게 부여되는 매우 의미 있는 평가입니다.
세계적인 권위의 미쉐린 가이드 암행 평가원들이 백년옥을 9년 동안이나 꾸준히 선택한 데에는 미쉐린의 5가지 엄격한 글로벌 평가 기준이 철저하게 작용했습니다.
- 원재료의 품질: 백년옥은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오직 100% 국산 강원도 콩만을 고집하며 매일 아침 새벽 정성껏 두부를 만듭니다.
- 풍미와 조리 기술의 완성도: 자극적인 조미료나 강한 양념으로 콩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고, 이북식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깔끔하고 깊은 고소함을 극대화합니다.
- 요리사의 개성과 정체성: 화려한 수식어 없이 수수한 양념간장과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조합만으로 독보적인 식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 가격에 부합하는 가치: 예술의전당이라는 문화 중심지 한복판에서 1만 원대 중반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정갈한 한 끼를 대접합니다.
- 맛의 일관성: 불시에 방문하는 평가원들의 심사에도 수십 년간 기복 없이 동일한 최상의 맛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날 저희는 대표 메뉴인 자연식 순두부(14,000원), 칼칼한 국물이 일품인 뚝배기 순두부(14,000원), 그리고 여름철 별미인 냉콩국수(15,000원)를 주문했습니다.

자연식 순두부는 하얗고 따뜻한 콩물이 몽글몽글하게 담겨 나오는데, 첫 숟가락은 아무것도 치지 않고 그 자체로 맛보아야 합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 그 자체만으로도 담백한 매력이 넘칩니다.
이어서 함께 제공되는 양념간장을 살짝 얹어 먹는 순간, 콩의 단맛이 한층 끌어올려지며 문득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이 떠올랐습니다. 이북이 고향이셨던 어머니에게 순두부는 특별한 고향의 맛이었고, 어린 시절 제게는 그저 정겹고 평범했던 한 끼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이제 곁에 계시지 않지만, 그날 백년옥에서 먹은 순두부 한 숟가락은 오래전 그 따뜻했던 밥상을 다시 내 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음식에는 참 이상한 힘이 있습니다. 단지 혀 끝의 맛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와 함께한 순간을 불러오니까요. 어쩌면 음식은 맛을 즐기는 요리가 아니라, 아련한 과거로 나를 데려가는 타임머신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함께 주문한 얼큰 뚝배기 순두부는 적당히 칼칼하면서도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어 감칠맛이 뛰어났고, 맷돌로 갓 갈아낸 듯 묵직하고 진한 냉콩국수 국물은 여름철 지친 입맛을 돋우기에 완벽했습니다.
예술의전당 주차와 테라로사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길을 건너 예술의전당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식당 앞 발렛파킹(2,000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시 관람 후 이동 동선과 주차 할인 혜택을 고려해 예술의전당 주차장을 미리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전시 입장 및 도슨트 시작 시간인 오후 1시까지 약 45분가량의 여유가 있어 한가람미술관 1층에 위치한 '테라로사 예술의전당점'으로 향했습니다.


그윽한 원두 향이 어우러진 테라로사 매장은 언제 방문해도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큼한 제주금귤&자몽 에이드(6,900원)와 진한 디카페인 강릉크(8,000원), 그리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에 하트 라떼아트가 어여쁘게 새겨진 디카페인 카푸치노(6,800원)를 주문했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에이드와 원두 고유의 풍미가 살아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잠시 후 만날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세계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가기 전 감성을 차분히 정돈하고 기대감을 높이기에 최적의 동선이었습니다
보테로전 도슨트 관람 후기
약속된 오후 1시,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입장 시간에 맞춰 전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3년 9월,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타계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회고전이자, 2015년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최대 규모의 대형 전시였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많은 이들이 품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보테로는 사람과 사물을 모두 이렇게 뚱뚱하게 그렸을까?" 하지만 작품을 그냥 눈으로만 훑어보고 지나친다면 그저 재미있고 기괴한 통통한 그림으로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도슨트 해설이 포함된 패키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전문 도슨트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밝혀진 진실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보테로 자신은 단 한 번도 대상을 뚱뚱하게 그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집착하고 탐구한 미술사적 핵심 가치는 바로Volume, 즉 과장된 양감(Exaggerated Volume)이었습니다.
보테로는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나 1952년 유럽으로 건너갔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마사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깊이 연구했습니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입체감과 3차원적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양감을 사용했듯, 보테로는 이 '양감'의 개념을 극단적으로 부풀리고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 언어를 창조해 낸 것입니다.
이처럼 과장된 양감과 강렬한 색채, 풍만함을 극대화하는 독창적인 예술 사조를 일컬어 보테리즘(Boterismo)이라 부릅니다. 보테리즘의 대상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 과일과 꽃 정물
- 비올라, 기타 등 음악 가구와 악기
- 말, 개 등 동물
- 권력자, 군인, 정치인, 서커스 단원
- 벨라스케스, 다빈치 등 르네상스 명작의 재해석
모든 사물과 인물이 풍만하게 부풀려지지만, 재미있게도 인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정적이고 무표정합니다. 커다랗고 유쾌한 신체 볼륨 뒤에 숨겨진 서늘할 정도의 무표정은, 권력자들의 허위의식과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매서운 풍자와 사회 비판적 유머를 담고 있습니다. 도슨트의 설명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니 112점에 달하는 유화, 드로잉, 조각 하나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보테로 아트프린트 6종 소장
전시의 마지막 코스는 역시 작품의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굿즈 숍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거장의 묵직한 원화를 소장하고 싶지만 😄, 현실적으로 기품 있는 프리미엄 아트 프린트 6장을 엄선하여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액자에 넣거나 벽면에 핀으로 고정해 두니 집안 전체가 조용한 미술관으로 변신한 듯합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삼연화(Triptych) 구도의 꽃 정물화 시리즈입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강렬한 바탕 위로 부풀어 오른 화병과 터질 듯 풍성하게 만개한 꽃송이들이 보테리즘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사소한 정물조차 압도적인 생명력과 양감으로 표현해 내는 거장의 시선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 순회전의 핵심 대표작 중 하나인 <음악가들(Musicians, 2008)>입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서커스 단원들의 거대한 몸집과 터무니없이 귀여운 악기의 대비, 그리고 인물들의 아득한 무표정이 오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볼수록 미소를 자아내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체 양감의 미학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욕실(1989)>과 <피서지(2018)>입니다. 거울에 비친 여성의 거대한 등모습과 물속에 서 있는 풍만한 인물의 형태는, 서양 미술이 오랫동안 규정해 온 '이상적 비율'을 유쾌하게 뒤집어 버립니다. 인체의 곡선과 풍만함이 주는 미학적 안정감이 보는 이에게 묘한 위로와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예술의전당 주차 팁과 코스 총평

전시 관람을 마친 후 실물 관람권에 인쇄된 바코드를 이용해 무인 정산기에서 주차 사전 정산을 완료했습니다. 전시 관람객 할인 혜택이 적용되어 3시간 기준 4,000원이라는 매우 합리적인 주차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 추천 이용 동선 요약
- 11:00 ~ 12:00: 미쉐린 빕 구르망 '백년옥' 본점 식사 (자연식 순두부 강력 추천)
- 12:00 ~ 12:45: 예술의전당 주차 후 '테라로사'에서 티타임 및 전시 대기
- 12:45 ~ 14:45: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페르난도 보테로전' 도슨트 패키지 관람 & 굿즈 구매
- 14:50 ~: 사전 주차 정산 후 출차
- 백년옥 위치: 3호선 남부터미널역 4-2번 출구에서 559m (예술의전당 건너편)
- 최종 총평: 단순히 눈으로 보고 즐기는 전시를 넘어, 미쉐린이 인정한 정갈한 두부 요리와 도슨트 해설이 가미된 깊이 있는 예술 감상이 어우러진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예술의전당을 방문하실 계획이라면 백년옥과 테라로사(예술의전당점)로 이어지는 이 미학 코스를 꼭 경험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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